




1. 영화 《승부》, 바둑판 위에 선 감정의 격돌
2025년 3월 26일 개봉한 영화 *《승부》*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이병헌과 유아인, 두 배우가 맞붙는 드라마이자,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실존 인물 간의 뜨거운 사제 갈등을 바둑이라는 정적인 공간 안에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80~1990년대 대한민국 바둑계를 지배했던 두 천재,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제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조훈현은 "신의 한 수"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인물이라면, 이창호는 "조용한 살인자"라 불리던, 침묵 속의 절대강자였다.
감독은 이들의 관계를 ‘승부’라는 이름 아래 세밀하게 풀어간다. 스승을 절대자로 여기던 제자가, 언젠가 그를 넘어야만 하는 순간에 다다르기까지. 권위와 성장, 질투와 인정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바둑을 몰라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
2. 이창호,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천재
이창호는 1975년생으로 11세에 입단, 당시 최연소 프로기사 기록을 갱신하며 등장했다. 이후 그는 14세에 타이틀을 차지하고, 16세에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연소 타이틀 보유자가 된다.
그의 별명은 “돌부처”, “이기는 기계” 등.
감정이 없어 보일 만큼 냉정하고 완벽한 계산 능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창호의 바둑은 단순히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실수 없는 수를 두는 쪽을 택했다. 그의 스타일은 당시 파격을 즐기던 조훈현과 정반대였고, 결국 그 차이는 세대 교체의 단초가 된다.
이창호는 1992년 ‘후지쯔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서도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인정받았다. 이후 그는 세계 대회 21회 우승, 국내 대회 140여 회 우승, 그리고 66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바둑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3. 유아인의 이창호 연기, 가장 어려운 인물을 만나다
유아인은 이창호 역을 맡으며 배우 인생에서도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입체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창호는 경기 중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와 대국을 벌인 상대들은 입을 모아 "정신적으로 압도된다"고 말할 정도다.
유아인은 이러한 특성을 재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인터뷰, 실제 대국 장면 수백 개를 분석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결과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우직한 눈빛만으로도 ‘이창호다!’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유아인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이병헌의 카리스마와 대비되며, 영화 전체의 밸런스를 유지해낸다.
특히 스승을 꺾고야 마는 장면, 그리고 승자이면서 동시에 상실자처럼 혼자 앉아 있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4. 영화와 현실 사이, 진짜 승부는 무엇이었을까?
《승부》는 단지 승리의 기록을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묻는다.
“진짜 승부란 무엇인가?”
스승과 제자가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바둑판. 두 사람 모두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상대의 슬픔까지도 읽게 된다.
이창호는 조훈현을 이기기 위해 살아왔지만, 막상 그를 꺾었을 때의 얼굴은 결코 기쁘지 않았다.
그는 승리를 통해 성장했고, 동시에 스승을 떠나야만 했다.
이 영화는 바둑의 수싸움보다는 인간의 내면 싸움을 그려낸다.
그리고, 가장 조용한 인물이 가장 깊은 파장을 남기는 이창호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진정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결론
《승부》는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두 천재의 기록이 아닌, 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정서의 교류와 충돌을 비춰주는 드라마다.
유아인과 이병헌의 명연기가 그것을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창호는 여전히 우리에게 말한다.
“말하지 않아도, 가장 무서운 승부는 침묵 속에서 벌어진다.”
❓여러분의 생각은?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승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창호라는 인물에게서 어떤 메시지를 느끼셨나요?
《승부》 속 그 장면, 당신도 기억나시나요?